평소 성적이 좋든 아니든, ‘시험기간’의 압박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학생은 얼마 없을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성적을 높이려고, 주변 공부 잘 한다는 친구가 알려준 방법을 따라하거나, 이곳저곳 학원을 옮기거나, 유명한 문제집을 사들이고 있겠죠. 하지만 기대한 성과를 쉽게 얻을 수 있었나요? 특히 막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오히려 중학교 시절보다 성적이 암울할 정도로 낮아 마음고생을 했을 겁니다. 분명 시험 한 달 전부터, 남들보다 열심히, 늦은 새벽까지, 심지어 시험 범위를 통째로 외워 가면서 공부했는데 왜?

문제는 ‘한 달 간 통째로 외웠다’는 것입니다. 암기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학습량이 늘면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죠. 중학교 시험은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고, 문제가 단순합니다. 그래서 평소 학습량이 적더라도, 시험 한 달 전부터 문장을 외우고 연습문제를 여럿 풀면 성적이 보장됩니다. 중등부 전문 학원들에서도 이 방법을 많이 쓰고 있고요. 다시 말하면, 중학교 때는 시험 기간에 반짝 공부하는 방법이 통합니다.

​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교과서가 시험의 전부였던 중학교 때랑 다르게, 고등학교 때는 독해 책, 단어장 등 부교재 가짓수도 많고 비중도 훨씬 높아요.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모의고사 지문도 시험에 나온다는군요.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려운데, 그 와중에 수행평가도 챙겨야 합니다. 암기로 모든 걸 해결했던 친구들이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이해 못하는 내용은 늘기만 하고, 어쩔 수 없이 외우려니 끝이 없고. 이런 걸 3년 내내 해야 한다니 한숨만 나오는군요.

암기는 분명 시험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무기지만,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지, 기억력 테스트를 치르는 것이 아니거든요. 영단어가 여러 상황별로 쓰이는 다양한 뜻을 알고, 문법 규칙에 맞게 영단어를 엮어서 문장을 짜고, 여러 문장이 모여서 만들어진 흐름을 간파하는 독해력을 키워야 합니다. 언제? 중학교 때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실전을 치러야 하니, 준비는 되도록 그 전에 끝내두는 편이 좋겠죠? 물론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늦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내신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챙기면서 동시에 공부 습관까지 바꾸려면 힘이 많이 들겠지만, 암기 습관을 떨쳐내는 그 순간부터 친구들의 영어는 활짝 피어날 것이라 장담합니다. 여러분의 영어를 응원합니다.